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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행위>  안경

렌즈

도경이는 예전에 시력이 안 좋아져서 라식 수술을 하려던 나에게 안경을 끼라고 권유했다.

 

도경이의 말을 무시하고 라식을 하려던 나를 도경이는 정말 과할 정도로 뜯어 말렸었다.

 

그리고 결국엔 도경이가 안경 렌즈를 바꿀 때 같이 안경을 맞추게 되었다.

도경이는 나와 같이 안경을 맞춘 것을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도경이에게 왜 하필 안경인지를 물었을 때, 도경이는 전혀 예상 외의 대답을 해주었다.

"왜냐하면 안경은, 보고 싶을 때만 제대로 볼 수 있거든."

 

"그게 무슨 의미야?"

 

"안경을 쓰고 싶지 않을 때랑 안경을 쓰고 싶을 때를 라식과 다르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난 아직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 맞춘 안경을 지금도 가끔 끼지만 그냥 글자가 너무 작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쓸 뿐.

 

아직까지도 도경이가 그 때 해주었던 말의 의미가 정확히 와닿은 적이 없다. 도경이는 아직도 그 때 맞춘 안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번 만남이 그 때 해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러: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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