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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행위>  Rosa m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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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심설아

직업: 조향사

향수:설아는 남들보다 특출나게 향을 잘 맡았다.

조향사:그녀는 조향사로서 성공하여 다양한 향수를

             만들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향을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되었다.

Rosa mortal

나는 그 ‘사건’이 있기 전부터 냄새를 잘 맡았다. 친구들의 샴푸냄새를 맡으며 오늘은 어떤 샴푸를 썼는지, 섬유 유연제는 어떤 것을 썼는지 등을 곧잘 맞추곤 했다. 나는 이런 냄새, 즉 향을 맡는 것에 있어서 친구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는 퍼퓨머, 즉 조향사의 길로 걸어가기로 생각했다.

 

조향사의 길로 이끌어준 사건은 대학교에서 진행한 창업 행사였다. 주변에서 나에게 ‘너는 향을 잘 맡으니 네가 한번 향을 만들어서 팔아 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들이 많았다. 냄새를 잘 맡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이었지만,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처음이었고, 기본적인 자본이 없었기에 나는 포기하려했다. 하지만 태식이는 나를 위해 어느 정도 투자해주었고, 자본적 여유가 생긴 나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점차 디퓨저를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판매하기 이전에 실험적으로 기본적인 프래그런스 오일, 소독용 에탄올 등 여러 개를 사서 혼합하고 향을 덧대어 만든 디퓨저들을 친구들에게 주었다. 디퓨저를 받은 친구들은 너무 좋다며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었고, 태식이는 만족하는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여기에 힘을 얻은 나는 창업 행사에 디퓨저들을 만들어 팔았다. 그 반응은 뜨거웠고, 완판에 이르렀다. 나는 내가 향을 만들고 그 향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채워왔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그것은 내 몸 전체를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를 ‘향수’로 이끌어주는 매개체였으며 원동력이었다. ‘향수’의 존재,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알아버린 나는 ‘광적’으로 향수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향’으로 인해 나는 많은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을 망가트린다는 것은 모른 채, 한 화장품 브랜드의 퍼퓨머로 상품의 기획과 제작을 도맡아 했다.

 

내가 만든 향수들인

자극적인 향이나는 ‘estimulante violeta

상쾌한 라임 향이 나는 ‘fresco lima’ 등 많은 향수를 만들었고 그에 따른 성공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가장 기대작이었던 Rosa mortal을 만들기 전에 태식이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더 이상 향수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스토리텔러: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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