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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행위> 추적
“너는 그러지 않았지만, 나를 보는 애들의 눈이 그랬어.”
겨울의 찬바람마저 정적했다. 술김에 감정이 격양돼서 인걸까? 하지만 술 냄새가 풍기던 와중에도 태식의 눈동자는 진실 되고 절실했다. 마치 도움을 바라는 것처럼.
“아니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 했다. 지금 말은 잊어줘.” 태식은 이내 후회하듯 한숨 쉬며 말했다.
“그래. 네가 계속 힘들고 해서 그런 거겠지. 친구들이 왜 너한테 그런 눈을 하겠냐? 네가 애들한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나도 형사질 몇 년은 안했다만 그런 눈은 진짜 사람 죽이겠다 하는 살인범 빼고는.”
나는 서둘러 대화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쓸데없지만 시간을 물었다. 태식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낡은 명품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다섯 시네.”
“흠, 벌써 그렇게… 근데 그 시계 대학생 때도 차고 다니지 않았었냐?”
“그랬지. 아버지가 물려준 시계니까. 근데 하도 오래돼서인지 태엽이 느슨해져서 두 시간 간격으로 태엽을 감아줘야 해. 안 그럼 멈추더라고.”
“그 정도면 새 거로 바꾸지.”
“짜식아 이거 명품이야”
“명품 밝히는 건 예전이나 똑같구만. 내려가자. 오랜만에 애들이랑 만났는데 놀고 그래야지.”
태식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 손에 이끌려 1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태식의 어깨를 다독였다. 태식이 느꼈던 그 불안함은 그에게 닥쳐진 힘든 환경으로 말미암은 사실이겠지만 그 대상은 우리들 일리가 없었다. 우리들은 자주 충돌했지만 쉽게 갈라질 만한 우정은 아니란 것을 나는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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