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행위> 추적
태식이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이내 따라 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니, 이거 분위기 왜 이래? 오랜 만에 만났는데 따로 있겠다고 하고, 잡지도 않아?
나는 탁자 위의 술병을 통째로 들고 태식이가 올라갔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야, 조태식! 어딨어?”
세 번째 방까지 노크하며 문을 열어보고서야 태식이를 찾았다. 태식이는 창문을 열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찬 공기가 발목을 훑고 지나가며 지독한 담배 냄새를 풍겼다. 태식은 점점 잦아드는 눈발을 보며 하얀 연기를 들이마시고 토해내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 없는 자식.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있지.”
나는 태식의 옆에 서서 술 한 모금 마시고 그에게 병을 권했다. 태식은
피식 웃더니 담뱃재를 튕기고 술을 받아 마셨다. 병째 잔뜩 들이키는
모습이 호탕하면서도 피곤해 보였다.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어. 미리 연락해서 위로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태식은 무안하게 가만히 내 눈을 바라 볼 뿐 아무런 행위도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나의 사과가 진심일지, 가식일지 판단하는 그만의 탐색
시간이었을 지도 몰랐다. 태식은 예전부터 종종 그랬다. 그래서 거만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이윽고 태식은 다시 창 밖을 보며 깊게 담배를 태웠다.
“왜 애들은 나를 초대했을까?”
태식은 술을 한 번 더 마시고 나에게 병을 건넸다.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태식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망했지만 사업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지. 사장이라는 게 그리 존경받는 자리는 아니야. 앞에서는 다들 떠받들고 굽실굽실하지만 뒤에서는 조롱하고 이를 가는 게 대다수지. 뭐 그런 조무래기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는 잠자코 태식의 말을 들었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태식의 말은 점점 격양됐다.
“하지만 정말로 증오해서 복수에 이를 가는 놈들은 달라…. 눈빛부터가. 마치 눈보라 치는 설원에서 토끼를 본 며칠 굶은 사나운 이리의 눈이야. 그 눈은 적의를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차분하고 고요하지. 하지만 어느 한 순간. 오한이 들 정도로 아찔한 살기를 내보낼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