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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행위>  부스러기 눈

산장을 나오자 눈은 그쳐있었다. 하지만 그치기 전부터 내렸던 눈들은 이미 발을 덮을 만큼 쌓여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그 사이로 부스러기처럼 떨어지는 눈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괜찮겠어? 산책을 하기엔 아직 눈도 많이 쌓여있고, 언제 다시 눈이 내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오히려 확 트여서 기분이 좋은걸.” 도경은 귀 뒤로 짧은 머리를 넘기며, 신이 난 아이처럼 뽀각뽀각 소리내며 눈 위를 걸었다. 신발에 눈이 묻어 발이 젖어도 나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라 갔다.

 

“네가 형사가 됐다니, 정말 다행이야.”

“무슨 의미야?”

 

“별 다른 뜻은 없어. 그냥… 시담아, 내가 대학생 때 했던 말 기억나?” 도경이는 김이 서린 안경을 벗으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안경이라,’ 도경이와 함께 나눈 많은 말들 사이에 나는 얼버무리면서 말했다.

“안경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안경은 ----때 만 제대로 ----- 라고 말했었잖아.” 내 말을 들은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그 미소에는 슬픈 기운이 감돌았지만, 나는 단순히 분위기 탓에 그런 것이라며 넘어갔다.

 

“나는 네가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해. 그리고…”

도경이가 말을 끝내기 전에 바람이 불자 나뭇가지 위에 덮인 눈들이 날렸다. 흩날리는 눈 사이로 찰나의 순간, 눈물이 맺힌 도경의 눈이 보였다.

 

폭설이 내리기 전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눈으로 덮인 산장의 풍경에 잠겨있었다.

스토리텔러: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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