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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행위>  진실을 보는 눈

도경이의 방문에 노크를 하자, 도경이는 나인 것을 눈치챈 듯 물어왔다.

"시담이야?"

"응…."

"들어와."

도경의 목소리 얇고 그리고 깊게 떨려왔다.​ 방문을 열자 도경이는 침대 옆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문을 닫고 도경이 옆에 앉았다.

"괜찮아?"

"아니."

​도경이의 외마디에 뭐라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씩

떨리는 도경의 몸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쟤들이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

도경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얼마나 불안한 상태인지 나는

짐작으로나마 느낄 뿐이었다.

"시담아, 넌 친구가 먼저야 아니면 진실이 먼저야?"

도경이는 옆에 앉아있던 나에게 좀 더 다가와 말했다.

"진실? 무슨 소리야?"

"내가 너한테 형사 같은 직업을 추천할 수 있었던 건, 네가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자신만의 신념이랄까, 정의랄까. 그런 게 있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만약, 너의 친한 사람이 가령 내가 범죄를 저지르면 넌 어떡할 거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가 범죄를 저지를 리 없잖아."

"만약에 말야, 만약에. 어떡할 거야?"

도경이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지금 생각한다고 해도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 알 수 없었다. 도경이는 분명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만약, 진짜 그런 일을 도경이가 했다면…. 죄를 지으면 그 댓가는 치러야 한다. 하지만….

"미안, 많이 늦었다. 내일 더 말하자."

이제서야 도경이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안경, 단순한 사물에 불과하지만 원할 때 쓰고 원할 때 벗는 것. 나의 선택에 따라 대상을 제대로 볼 지, 흐릿하게 볼 지가 결정된다. 그런데 난, 지금까지 안경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벗고 있는 걸까.

도경이는 일어나려는 나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가지마. 그냥, 같이 있어줘…."

​나는 다시 도경이 옆에 앉았다. 한참을 위로해주다 도경이가 잠이 들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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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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