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행위> 향기는 우리의 몸을 덮고,
“어쩌다 이렇게….”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만나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셔야할 날이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싸늘하게 바뀌어버렸는지. 나는 한숨을 쉬며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 바람에 창문에 붙어 녹아내리는 눈 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잠이 오길 기다렸다.
꿈의 문턱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깊은 술 냄새와 함께 눈이 반쯤 풀린 설아가 내 눈에 들어왔다.
“시담, 조금만 더 마실까? 저 녀석들 때문에 아쉽게 술자리가 깨져버려서.”
설아는 반쯤 남아있는 술을 흔들며,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내가 방문을 닫자 설아는 방 한가운데 술을 놓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설아를 따라 앉자 그녀는 술잔을 건네주었다.
“아직도 싸울 힘이 남아있을까?”
설아에게 받은 술을 목으로 넘기고 푸념아닌 말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쓸모없는 오기를 부리고 있는거야, 태식이는….”
설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잔에 남아있는 술을 넘겼다. 창현이와 태식이의 문제에 대해 말을 하려 했으나 이미 설아는 태식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향수 만드는 일을 잘 하고 있어?”
설아는 내 말을 듣고 마시려던 잔을 내려놓았다.
“넌 아무것도 몰랐구나.”
“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거야?”
설아는 그 말을 듣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향수 샘플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한 번 맡아봐.”
나는 그녀가 꺼낸 향수 샘플을 손목에 살짝 뿌린 후 향을 맡았다. 시원한 라임향이 났다.
“괜찮은데? 네가 만든거야?”
향수 샘플을 설아에게 주자 그녀는 갑자기 방 곳곳에 향수를 뿌렸다. 방은 이내 라임향이 가득 찼다. 나는 향이 좋아 살짝 미소가 번졌지만, 설아의 표정은 나와 다르게 우울한 빛이 감돌았다.
“이렇게 많은 향수를 뿌려도, 나는 향을 맡을 수 없어. 잠깐 나에게 일어나는 스트레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거야. 내가 향을 맡지 못하게 된 이유, 한번 들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