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행위> 만남
두꺼운 산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 어질러진 신발들을 보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착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담이야?”
짧은 복도를 너머 안쪽에서 오랜만에 듣는 도경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신발을 벗는 김에 다른 신발들을 정리할 무렵, 도경이가 현관까지 마중 나왔다.
“안녕?”
“응, 오랜만.”
반가운 마음과 어색함이 교차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흘깃 쳐다본 그녀의 얼굴은 아직 젊은 시절의 추억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다 도착했나봐?”
“응, 이미 다 기다리고 있지.”
먼저 들어가는 도경이를 따라 거실로 향했다. 거실은 한 쪽의 부엌과 연결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낮은 식탁과 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보였다.
“시담, 생각보다 늦었네.”
“어쩔 수 없었어. 눈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더라고. 여기 오는
길은 한 곳밖에 없는데 괜찮은 거 맞아?”
“걱정 안 해도 돼. 먹을 건 충분히 있어.”
“그 얘기가 아닐 텐데.”
언제나 긍정적이던 창현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내가 항상
걱정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면 창현이는 간단하면서도 괴리된
답변을 내놓곤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며 가끔씩 그리운 답변들이기도 했는데 막상
다시 겪어보니 답답함이 드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잔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자 설아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진짜 시담이 맞아? 너 왜 이렇게 얼굴이 변했어?”
“음, 직업상 험한 일을 많이 해서 어쩔 수 없었어. 상처도 많이 생기고 그렇더라.”
“설마 막노동 같은 거 하는 건 아니지?”
설아 너머로 앉아있던 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아 너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한테 얼굴이
변했다느니, 막노동 하냐느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나는 걱정돼서 그러지.”
실질적인 걱정을 하는 나에 비해 설아는 항상 보이지 않는 것을
걱정하곤 했다. 그럴 때면 그 말을 듣고 있던 유미는 항상‥
“쓸 데 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이리 와서 앉아.”
저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던 태식이와 눈이
마주쳤다.
예전에 도경이에게 들었던대로 형편이 어려워진 듯이 느낌만으로 도 초췌해보였다. 나에게 말을 걸 줄 알았던 태식의 첫 얘기는 예상 과 달랐다.
“시담이 도착했으니까 난 올라간다.”
태식이는 그렇게 말하곤 거실 한 쪽에 있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